충치 예방이 정답
이가 아파 밤잠을 설치는 어린이, 잇몸에서 피가 나고 욱신거리지만 바쁜 일상생활로 인해 적절히 치료받지 못하고 방치하는 어른, 치아가 많이 빠져버려 씹기조차 힘들지만 비싼 치과 보철 비용에 엄두조차 못내는 노인의 모습은 우리나라에서 충치(치아우식증)와 잇몸병(치주질환)으로 대표되는 구강병으로 인해 고통 받는 시민들의 흔한 모습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실시한 국민의 구강건강조사를 통해 알려진 구체적인 수치로써 확인해보면, 취학 직전 유치원생의 69%가 유치에 충치가 발생한 적이 있고,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의 56%가 이미 영구치에 충치를 경험합니다(2018년도 아동구강건강실태조사). 또한 19세 이상 성인의 31%가 뼈 파괴와 연관된 잇몸병을 방치하고 있고, 65세 이상 노인의 38%가 씹기 불편을 호소합니다(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이러한 상황은 우리 국민이 연간 10조원 이상을 치과 의료비로 지출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보면 매우 실망스런 결과입니다. 무엇보다도 충치와 잇몸병의 원인과 예방·관리법이 잘 정립되어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더합니다. 아래에서는 대표적인 구강병인 충치와 잇몸병의 원인을 살펴보고 구체적인 실천방법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충치는 입안의 충치세균(뮤탄스균 등)이 당류(설탕류)를 분해해서 만든 산(acid)에 의해 치아 표면이 녹아서 생기는 만성구강질환입니다. 잇몸병은 잇몸병세균이 대사 과정을 통해 생성한 독소와 염증반응 물질 또는 담배 내 유해성분 등이 원인인데 당뇨병이나, 심혈관질환 등의 만성질환이 있으면 더욱 악화됩니다. 충치세균과 잇몸병세균은 치아표면에 달라붙어 있는 이른바 치면세균막(치태, 프라그)이라는 세균집락 속에서 증식하기 때문에 치면세균막은 충치와 잇몸병의 공동 원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충치와 잇몸병의 원인으로는 당류섭취, 흡연 등의 생활습관, 취약한 치아 표면, 치면세균막 등의 구강내 요인, 그리고 당뇨, 심혈관질환 등의 만성질환을 나열할 수 있습니다.
충치를 직접적으로 일으키는 세균은 당류를 대사하여 번식하는데 충치세균이 이용하는 당류는 크게 내인성 당류(intrinsic sugars)와 외인성 당류(extrinsic sugars)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내인성 당류는 식품의 세포구조에 내재되어 있는 자연 상태의 당류를 말하고, 외인성 당류는 외부에서 정제 또는 가공과정을 거친 제품 형태의 당류입니다. 예상할 수 있듯이 외인성 당류가 충치 발생에 더 위협적입니다. 따라서 당류 중에서 외인성 당류가 충치 발생에 더 직접적으로 기여하므로 이를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입니다. 각각 다양한 종류의 여러 세균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특정한 성분의 항생제나 약물로 해결하는 것은 그다지 효과가 없습니다. 따라서 충치세균과 잇몸병세균의 공동원인인 치면세균막 자체를 제거하거나 급격하게 형성되지 않도록 적절하게 관리하는 것이 충치와 잇몸병을 예방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 됩니다.
실천 방법 – 일반적 실천 방법
1. 생활습관 바꾸기: 당류 섭취량 제한과 금연
세계보건기구(WHO)는 충치예방을 위해 가공식품으로 섭취하는 당류의 양을 하루 25g 이내(에너지 섭취량의 5% 이내, 각설탕 8~9개)로 제한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잇몸병과 구강암 예방을 위해서 금연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당류섭취량 제한과 금연은 전체 건강을 위해서도 필수적입니다.
일반적으로 비만이나 당뇨를 예방하기 위한 당류 섭취 제한량은 하루에 50g 이내인데 반해 충치예방을 위해서는 이보다 절반에 해당하는 25g에 불과합니다. 이는 적은 양의 당류로도 충치가 쉽게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에서 판매되고 있는 가공식품의 당류함유량은 요거트(80g 기준) 한 개에 10g 이상, 도너츠(150g 기준) 한 개에 30~40g, 콜라 한 캔(350㎖ 기준)에 25~30g 등으로 보통 사람들이 예상하는 것 보다 상당히 많은 수준입니다. 당류를 고려하지 않고 마시게 되는 우유(200㎖ 기준)에 10g 내외, 에너지 음료(250㎖ 기준)에 30g 가량이 함유되어 있어, 상당수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가공식품을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하루 당류섭취 상한선인 25g 보다 훨씬 많은 양의 당류를 섭취하고 있습니다. 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한국인의 하루 당 섭취량이 60g 정도였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합니다.
따라서 가공식품 포장에 표기된 당류 표시를 확인하고 구입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주로 섭취하는 가공식품의 당류함유량을 고려하여 하루 섭취량이 25g 이내가 되도록 섭취 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실천적으로는 하루에 과자, 음료 등을 한 개의 포장단위 이내로만 섭취하는 것을 추천할 수 있습니다.가공식품을 통한 당류섭취와 흡연은 분명 개인적인 노력만으로 줄이거나 끊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생활습관입니다. 따라서 충치와 잇몸병으로 인해 고통을 겪는 사람들의 경우 치과진료실에서의 식이조절 및 금연 프로그램에 의한 도움을 받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 제품들의 생산과 판매를 줄이기 위한 근본적인 사회적 노력이 강화될 때 개인적인 노력의 성과를 더욱 기대할 수 있습니다.
2. 개인의 관리능력 높이기: 구강위생관리, 불소이용, 치아홈 메우기
충치와 잇몸병의 공통 원인인 치면세균막은 칫솔, 치실, 치간칫솔 등을 이용한 구강위생관리로 제거할 수 있습니다. 이중에서 칫솔질이 가장 기본적인데 잠자기 직전을 포함해서 하루 2회 이상은 꼭 칫솔을 이용해서 치아와 잇몸을 깨끗하게 닦아내야 합니다. 이를 잘 닦기 위해서는 칫솔을 이용해서 치아 바깥 면뿐만 아니라 안쪽 면도 닦아야 하고, 치아와 잇몸 경계 면과 씹는 면을 잘 닦아야 합니다.
치면세균막은 치아의 바깥 면과 안쪽 면 이외에 치아와 치아 사이에도 축적됩니다. 성인은 나이가 들수록 자연스럽게, 혹은 치주질환 때문에 잇몸뼈가 서서히 흡수되어 치아 사이의 공간이 넓어지게 되는데, 치아 사이 부분을 잘 닦아내지 못하면 충치나 잇몸병이 낫지 않고 지속되게 됩니다. 특히 치아사이는 칫솔만으로는 효과적으로 닦이지 않기 때문에 치실 또는 치간칫솔로 하루 1회 이상 치아 옆면에 축적된 치면세균막을 제거하여야 합니다.
칫솔로 구강을 닦아내고, 치실과 치간칫솔을 사용하는 구강위생관리 습관은 어렸을 때부터 정확한 방법으로 배우고 습관처럼 길러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표준 방법을 잘 배우고, 점심식사 후와 가정에서 실천하여 습관으로 자리잡으면 평생동안 구강건강을 지키는 데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학교가 아닌 치과병(의)원에서도 구강건강을 적절하게 관리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고, 내 구강에 맞는 관리용품을 처방받아 사용할 수 있으므로 필요하다면 치과에 방문하여 배워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칫솔질 과정에 사용하는 치약에 들어 있는 불소 성분은 치아 표면을 강화하고 충치의 진행과 충치세균의 활성을 방해함으로써 충치를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국가들에서는 5세 이하의 어린이를 위해 500 ppm의 불소치약을, 6세 이상을 위해서는 1,000~1,500 ppm의 불소치약을 하루 1회 이상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실제 치약을 구입할 때 상품포장을 확인하여 불소성분이 배합되었는지와 제조일이 1년을 경과하지 않았는지 확인하여 구입한다면 치약의 불소로 충치를 예방하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불소치약의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하루에 두 번 이상 사용하고, 칫솔에 완두콩 크기 정도로 적은 양을 짜서 치아 곳곳을 닦으면서 불소가 치아 면에 충분히 접촉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칫솔질 후에는 입안을 간단히 헹구어 좀 더 오랜 시간동안 불소가 입안에 머무르며 효과를 발휘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유용합니다. 불소치약을 듬뿍 짜서 칫솔질하는 것은 거품이 많이 생겨 오래 닦기가 힘들고, 물로 여러 번 헹궈낼 수밖에 없어 적절하지 않습니다. 5세 이하의 어린이라면 불소치약을 칫솔에 살짝 바르는 정도의 양이면 충분합니다.
한편 치과병(의)원에서 치과의사(또는 치과위생사)로부터 정기적인으로 구강위생관리(치아세정술)와 불소도포를 받으면 충치와 잇몸병을 예방하는 데에 더욱 도움이 됩니다. 충치가 많지 않은 건강한 아동ㆍ청소년의 경우에 연 2회의 구강위생관리와 불소도포를 추천합니다. 그리고 입안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는 어금니가 있다면 치아의 씹는 면에 홈메우기를 해주는 것이 충치예방에 큰 도움이 됩니다. 건강한 성인의 경우에는 1년에 한 번씩 치석제거를 포함한 구강위생관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아쉽게도 현재는 많은 수의 예방/관리에 해당하는 치과 처치가 국민건강보험 급여항목에 포함되지 않아 치과에서 받기에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습니다. 따라서 치료보다는 예방ㆍ관리 우선이라는 인식개선과 더불어 모든 국민들이 정기적으로 치과에서 예방ㆍ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제도(치과주치의제도)가 보다 실질적인 힘이 될 수 있습니다.